우리가 공간을 찾는 이유는
새로운 곳을 보기 위해서보다,
낯선 온도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느끼기 위해서인지도 모릅니다.
한 잔의 커피 향,
바삭한 빵의 소리,
조용히 스며드는 햇살 한 줄기—
그 모든 감각이 우리
일상에 쉼표를 만들어 주죠.
이번 주 트립레터는
‘감각이 머무는 순간들’을 담았습니다.
시간을 천천히 태우며 굽는
베이커리의 온기,
공간을 채우는
기차역의 향수,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머무름의 미학,
그리고 기다림조차 행복한
한 끼의 정점까지.
이 네 장면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 마음의 속도를
다시 맞추어주는 풍경들입니다.
잠시 멈추어, 오늘의 감각을 다시 느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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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단엔 트리퍼가 소개하는 축제 및 팝업스토어 정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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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을 여행하다 보면, 낯익은 듯 새로운 빵 냄새가 길목을 채웁니다. 금빛 간판 아래서 들려오는 종소리, 그리고 ‘금종제과’라는 이름. 이곳은 마치 오래된 역전의 풍경을 닮았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의 이야기, 철로 위를 달리던 시간의 조각들이 그대로 녹아 있죠. 벽에는 여행표를 연상시키는 안내판이, 창가에는 오래된 역 대합실을 닮은 나무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익산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금종제과는 지금의 도시 속에서 잊고 있던 감성을 되살려주는 빵집입니다.
금종제과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빵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곳은 옛 하나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익산 구도심 재생 공간’이기도 하죠. 시와 기업, 로컬 브랜드가 함께 만들어낸 공간이라 더 의미가 깊습니다. 1층은 제과, 2층은 다이닝, 3층은 익산 캐릭터 ‘마룡’ 굿즈와 팝업스토어로 운영되어, 단순한 카페를 넘어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낡은 건물이 다시 살아난 덕분에, 익산의 오래된 골목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죠.
image ⓒ 금종제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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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대로를 걷다 보면 코끝을 먼저 사로잡는 향이 있습니다. 버터와 밀가루가 어우러진 고소한 냄새, 바로 ‘스탠다드브레드 도산’의 신호죠. 이곳은 ‘빵이 식지 않는 제과점’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매 30분마다 갓 구운 식빵이 오븐에서 나와 진열대를 채우고, 사람들은 그 따뜻한 향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춥니다. 결이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 은은한 버터 향이 입안에서 녹아드는 순간 하루의 리듬이 바뀌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스탠다드브레드는 단순한 베이커리가 아니라, ‘식빵의 정점’을 매 순간 갱신하는 공간입니다.
4층 규모의 매장은 유럽 제빵소를 연상시키는 우드톤 인테리어와 억새 장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1층은 베이커리와 카운터, 2층은 커피와 음료를 즐기는 공간, 3층은 포토존으로 가득한 감성 좌석, 그리고 4층은 루프톱 테라스까지. 그 어디에 앉아도 도산공원의 고요한 풍경이 창 너머로 펼쳐집니다. 기다림 없는 여유, 그리고 식지 않는 빵. 스탠다드브레드 도산은 압구정의 화려함 속에서 ‘단순하지만 완벽한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성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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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면, 고요가 들립니다. 연희동의 조용한 골목 끝, 검은 대문 하나가 우리를 맞이하죠. 그 문을 열면 ‘노모어(nomore)’라는 이름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이곳은 머무름의 본질을 탐구하는 스테이. 화려한 장식이나 과한 연출은 없습니다. 대신 오래된 벽돌의 질감, 빛이 스며드는 창가, 손끝이 닿는 모든 사물의 온도가 ‘삶의 감각’을 되돌려줍니다.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단정한 미학 속에서, 오히려 마음은 더 단단히 채워집니다.
언덕길을 따라 올라오면, 장미처럼 피어난 한 채의 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배달도 잘 되는 현실적 편리함과, 주택가를 감싸는 정적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곳. GS25까지는 도보 3분, 하지만 밖으로 나서기 싫을 만큼 공간 자체가 주는 포근함이 큽니다. 방문객들은 ‘신혼집 같았다’, ‘소품 하나하나가 감성 그 자체였다’는 후기를 남깁니다. 노모어는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선물하는 곳입니다.
image ⓒ 노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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