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SNS에서 봤던 ‘생일책 이벤트’가 유난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단순한 기념 상품이 아니라, 책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던 기획. 그 주인공이 바로 ‘서점 리스본’이었습니다. 마포 성미산로의 조용한 골목, 흰색 외벽과 파란 차양이 드리워진 작은 건물 하나. 그곳엔 여행처럼 설계된 독립서점이 있습니다.
서점의 이름은 파스칼 메르시어의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왔습니다. 잃었던 열정을 되찾고, 사랑을 다시 배우는 이야기처럼, 리스본은 책을 통해 각자의 ‘빛’을 찾는 공간입니다. 입구를 지나면 문학과 철학, 예술서가 차분히 자리하고, 창가에는 리스본 커피 향이 은근히 흐릅니다. “책을 산다기보다, 한 권의 인연을 만난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입니다.
유리벽 너머로 단풍이 물드는 계절, 스멜츠는 마치 숲이 직접 공간이 된 듯한 착각을 줍니다. 판교에서 불과 15분 거리, 도시의 경계를 벗어나자마자 마주하는 이곳은 경기도 광주시 신현로에 자리한 2층짜리 카페입니다.
계단을 오르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며, 유리창 가득 붉고 노란 잎사귀가 펼쳐집니다. 실내에 있지만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고,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숲의 리듬이 몸 안으로 들어옵니다. 오후의 햇살이 통창을 따라 비스듬히 흘러들면, 커피잔 위로 단풍의 색이 살짝 비쳐드는 그 순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고소한 기름 냄새와 고추기름의 알싸한 향이 먼저 반깁니다. 불 앞에 선 요리사의 손끝에서 면이 깎여 나가고, 웍이 불길에 부딪히며 내는 ‘챠악’ 하는 소리가 귀를 간질입니다. 그 리듬 속에서 완성된 한 그릇의 도삭면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공연’에 가깝습니다. 연남면관은 중식 명가 연교의 세 번째 공간입니다.
연교의 정갈함에 ‘도삭면’이라는 새로움을 더해, 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중식의 정수를 풀어냈습니다. 좌석 간격이 여유롭고, 오픈 키친을 통해 조리 장면이 그대로 보이기에 요리의 온도와 리듬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저녁 시간대의 불빛은 유리잔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일렁이고, 그 빛마저 한 끼의 일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