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추석이면 거실 한쪽에 종이로 인쇄된 TV 상영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앉아 어느 영화를 볼지, 어떤 프로그램을 챙길지 이야기를 나누던 그 풍경. 손안의 작은 화면보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장면을 함께 본다는 사실이 더 따뜻했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손가락만 움직이면 무엇이든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추억을 공유하고 싶을 땐 여전히 ‘같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가올 추석에는 부모님, 어른들과 함께 그들의 기억을 자극하는 공간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옛날 만화방과 오락실, 다방, DVD방이 지금의 감각으로 되살아난 네 곳에서 당신의 추석도, 누군가의 추억도 조금 더 따뜻해질지 모릅니다.
이번 주 트립레터, 추억은 재생 버튼에서 편.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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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립레터에서 소개하는 공간의 제목을 클릭하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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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포레스트 상가의 작은 입구를 지나면, 세상은 곧바로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량오락실의 문을 열면 들려오는 소리부터가 다르다. 동전을 넣는 “딸깍” 소리, 오락기에서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 화면을 가득 채운 픽셀 그래픽이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다.
철권, 버추어 파이터, 보글보글, 동물철권 같은 클래식 타이틀은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반가운 이름이다. 최신식 오락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투박함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게임 한 판이 200원”이라는 가격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릴 적 동네 오락실에서 한참을 보내던 기억이 있는 이들에게는 추억이,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신기한 경험이 되는 공간이다.
image ⓒ 청량오락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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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곰다방은 선재도의 여행길 한가운데, 마치 시간을 비껴온 듯 자리 잡고 있다. 건물 2층으로 올라서는 순간부터 시선은 자연스레 멈춘다. 입구에 세워진 오래된 공중전화 부스와 교보문고식 장식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풍경을 고스란히 불러낸다. 벽을 채운 포스터와 옛 간판, 사랑방처럼 꾸며진 포토존은 그 시절을 살았던 세대에게는 “아, 이거 봤었지”라는 탄성을 자아내고,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놀이터가 된다.
특히 교복 무료체험은 단골 손님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포인트다. 복고풍 배경 앞에서 교복 차림으로 찍은 사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그 자체로 작은 ‘타임슬립’의 증거가 된다. 뉴트로(new+retro)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곳은, 세대를 아우르는 감각으로 단숨에 사람들을 80~90년대 시절로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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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연인들의 아지트이자 학생들의 쉼터였던 DVD방. 어두운 방 안에서 원하는 영화를 고르고, 작은 화면으로 몰입하던 그 시절은 이미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다락방OTT는 그 기억을 지금의 방식으로 되살렸다. 동대문 DDP 앞에 자리한 이곳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애플TV플러스 등 국내 모든 OTT와 실시간 TV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다.
과거 DVD방이 물리적 타이틀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곳은 디지털 스트리밍을 무제한으로 즐기는 ‘업그레이드된 DVD방’이다. 블루레이와 온라인 콘서트까지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어, 단순한 영화 감상실을 넘어선 종합 콘텐츠 라운지라 불러도 손색없다.
image ⓒ 다락방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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