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여행을 먼저 떠났습니다.”
이번 주 트립레터는
그저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닌,
입안에서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들을 모아봤습니다.
서울역 골목에서 만난 유자의 향,
애월 바람 속에서 피어난 탄두리의 불맛,
광안리 밤을 닮은 태국식 하이볼 한 잔,
그리고 황리단길 징검다리 건너 피어난 멕시코.
비행기 표는 필요 없어요.
한입이면 충분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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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립레터에서 소개하는 공간의 제목을 클릭하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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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삼아 애월 해안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풍경이 조금 달라집니다. 바다를 지나 산을 끼고 도는 길.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던 시야 한켠에, 유난히 초록이 짙은 온실 한 채가 눈에 들어옵니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식물들과 찬란한 햇살,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이국적인 향기. 그 순간 본능처럼 느끼게 됩니다. ‘여기, 꼭 들어가 봐야겠다.’
그곳이 바로 인디언키친입니다. 애월의 자연 속에 녹아든 이 인도 음식 전문점은 단순히 ‘맛있는 곳’ 이상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햇살이 가득 스며든 온실 스타일의 실내, 초록으로 물든 테이블, 그리고 공간을 채우는 커리와 탄두리의 향. 마치 제주에 있으면서도 남아시아의 어느 작은 정원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여기에 직접 만든 탄두리 화덕과 인도 현지 셰프의 요리까지 더해지면, 이 식사는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작은 여행’이 됩니다. 낯설지만 반갑고, 이국적이지만 따뜻한 한 그릇. 인디언키친은 그렇게 애월에서 아주 특별한 인도 한 상을 차려냅니다.
image ⓒ 인디언키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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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동을 걷다 문득 시선이 멈췄다. 낮은 조명 아래 이국적인 간판이 슬쩍 빛났고, 유리 너머로 보이는 붉고 진한 색감의 인테리어는 부산의 어느 골목이 아닌, 태국 방콕의 밤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피리피리. 이름부터 낯설고 낭만적인 이 태국식 다이닝 바는 생각보다 훨씬 진지한 공간이었다. ‘여기 진짜 태국 같아’라는 말이 자연스레 입 밖으로 새어 나왔고, 마치 오랜 여행 끝에 잠시 들른 도시의 구석 식당처럼 편안하게 몸을 기댈 수 있었다.
피리피리는 오너 셰프 백영수가 태국 요리에 대한 애정 하나로 2022년부터 지켜온 공간이다. 미쉐린 가이드의 빕구르망에도 이름을 올린 이곳은 단순히 트렌디한 맛집 그 이상이다. 태국 현지식의 향과 색, 그리고 한국인의 입맛을 배려한 균형 있는 조화. 무심한 듯 은근히 마음을 잡아끄는 이 공간은, 낯선 음식이 줄 수 있는 설렘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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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단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시선을 붙드는 풍경이 나타납니다. 선인장과 징검다리가 놓인 이국적인 입구, 문고리마저도 돌멩이로 만든 그곳.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치다 이 앞에서 잠시 멈춰 사진을 찍고, 입구를 건너며 마치 짧은 비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경주의 오래된 길 위에 멕시코의 정취를 풀어낸 이 공간, 엘라토는 단순히 맛있는 식당이 아닌 한 장면처럼 기억되는 장소입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브라운 톤의 인테리어와 거친 텍스처의 식물들이 어우러져 안정감을 줍니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햇살이 들고, 테이블 위로 향신료의 향이 슬며시 번지죠. 어린아이는 징검다리를 건너며 웃고, 바 테이블에서는 친구들이 하이볼을 기울입니다. 모든 장면이 영화처럼 흘러갑니다. 엘라토는 그 자체로 경주에서 가장 따뜻하고 낯선 식탁입니다.
image ⓒ 엘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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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근처 만리재로 골목. 분주한 인파와 사무실 빌딩들 사이, 예상치 못한 위치에 자리한 작은 라멘집 하나. 그곳은 매년 겨울이 되면 다시금 떠오르는 맛집이자, 맑은 국물과 유자의 향을 기다리게 만드는 곳입니다. 이름은 ‘유즈라멘’. 일본식 라멘 중에서도 시오라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 장소인지 공감하실 겁니다. 맑고 가벼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닭육수와 해산물 육수의 조화, 그리고 고흥산 유자가 더해진 산뜻한 풍미. 첫 숟갈엔 은은하게 감기는 맛이, 마지막 한입에선 묵직한 여운으로 남습니다. 한 번 방문하면 매해 다시 찾게 되는 이유, 어쩌면 그건 ‘가벼움 속의 진심’이 아닐까요.
유즈라멘은 단순히 맛있는 라멘집이 아닙니다. 재료를 고르고, 매일 자가제면을 하고, 화학조미료 없이 국물 하나하나를 정성으로 끓이는 이곳의 라멘은 마치 하나의 정직한 요리 철학처럼 다가옵니다. 그런 정성이 가득 담긴 한 그릇이기에, 긴 웨이팅조차도 이곳에선 이해가 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다음엔 꼭 시간을 넉넉히 비워두고 가보세요. 마지막 한입까지, 참을 수 없이 맛있는 유즈라멘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image ⓒ 유즈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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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인생에 세 번의 기회를 만난다고 합니다. 그 기회는 종종 아주 우연한 장면으로 시작되기도 하죠. 위금실 님에게는 2021년의 어느 여름, ‘남해 6주살이’가 그랬습니다. 서울에서 다양한 일을 전전하던 시기, 확신도 방향도 없이 흘러가던 시간을 멈춰 세운 건 한 장의 SNS 광고였습니다. “일도 없는데, 가도 되나?” 머뭇거렸던 고민은 남해에 다녀온 친구들의 “일단 가봐”라는 말로 밀려나고, 그렇게 시작된 남해살이.
그 여름 이후, 그녀는 더 이상 서울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바다와 바람, 그리고 사람들 속에서 운명처럼 다가온 새로운 기회. 지금은 남해의 대지포 마을에서 ‘금해민박’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image ⓒ 트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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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집에 두고, 입맛은 데려오세요.”
입안에 머문 이국의 맛이,
오늘 하루를 조금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건 아마, 좋은 여행이었겠죠.
이번 주도
맛있게 다녀오세요. 🌮🍜🍛
그럼, 다음 트립레터에서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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