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아니어도, 낯선 풍경은 충분합니다
긴 연휴가 다가오면 자연스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집니다. 해외행 티켓을 검색하다 문득 생각합니다. 멀리 떠나야만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요?
붉은 지붕 아래 스토리가 있는 마을,
시간이 멈춘 듯한 성지의 풍경,
초록빛이 파도처럼 넘실대는 들판,
그리고 유럽의 휴양지를 닮은 바다 앞 풀빌라까지.
우리 가까이에도, 낯선 나라처럼 특별한 장소들이 있습니다. 이번 5월, 긴 연휴를 빌려 비행기 없이도 마음이 여행하는 순간을 만나보세요.
그럼 트립레터 시작합니다. 📚 |
|
|
* 트립레터에서 소개하는 공간의 제목을 클릭하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
|
|
남해 독일마을은 봄이 되면 독일식 건축물과 벚꽃이 어우러져 마치 유럽의 작은 마을에 와 있는 듯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하얀 벽과 붉은 지붕 사이로 흐드러진 벚꽃이 펼쳐지고, 보리암에서의 일출과 다랭이마을의 자연 경관, 파독전시관의 깊은 역사까지 어우러져 독특한 여행지를 완성합니다. 이국적인 건축미와 남해의 봄빛이 함께 어우러져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물합니다.
이곳은 1960~70년대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하며 조성된 마을입니다. 독일에서 직접 들여온 자재로 지어진 총 39채의 주택은 독일 전통 양식을 충실히 재현하였으며, 그중 약 20가구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이자 휴식의 공간이 된 이 마을은 한국과 독일의 시간들이 공존하는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붉은 지붕과 초록 언덕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남해에서도 가장 독특한 풍경 중 하나입니다.
image ⓒ 트리퍼 |
|
|
‘내륙의 제주’라 불릴 만큼 평화롭고 서정적인 풍경, 그리고 그 속에 숨은 한국 천주교의 깊은 역사. 당진 신리성지는 조선 시대 박해기, 가장 큰 천주교 공동체가 자리했던 ‘믿음의 땅’입니다. 드라마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실제로 순교자들이 머물고, 기도하고, 살아냈던 그 공간. 한국 유일의 박해시대 주교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곳에는 다블뤼 주교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순례길이란 단어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곳은 드뭅니다.
신리성지는 단순한 종교적 유산이 아닌, 탄압 속에서 피어난 조선 천주교사의 실질적인 거점이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의 선교사들이 비밀 입국해 활동했던 비밀 교우촌, 선교와 번역, 출판이 함께 이루어졌던 이곳은 조용한 외양과는 달리 혁명적인 신앙의 불씨가 타오르던 장소였습니다. 순교자 다섯 성인의 이야기를 담은 순교미술관은 로마 카타콤바를 형상화해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로 조성되었으며, 곳곳에 마련된 작은 경당들은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을 전합니다.
|
|
|
싱그러운 바람이 살랑일 때면, 초록빛 물결이 들판을 가득 채웁니다. 5월의 보령, 천북면에 자리한 청보리밭은 그렇게 봄의 절정을 알립니다. 이곳은 한때 폐목장이었던 땅. 시간이 멈춘 듯한 목장의 흔적 위에 누군가 감성을 더해 지금은 ‘보리밭 위의 카페’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의 촬영지로도 알려지며, 그 이름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계절이 조금씩 녹아드는 이 들녘에서, 초록의 시간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입장권을 구매하고 나서 언덕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끝에 청보리의 부드러운 숨결이 닿기 시작합니다. 연초록빛 이삭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습니다. 보리는 더 이상 주작물이 아니지만, 그 시절의 기억을 품고 여전히 땅 위에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산책을 마친 뒤엔 언덕 위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입장권에 음료 이용이 포함되어 있어, 자연 속에서 진짜 쉼표를 찍을 수 있죠.
image ⓒ 보령시
|
|
|
마치 유럽의 지중해 리조트에 도착한 듯한 착각, 그러나 이곳은 분명 한국의 남쪽 끝. 남해와 거제 사이, 고요한 가조도에 자리한 풀빌라 ‘휴먼그라운드’입니다. 객실 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와, 붉게 물드는 일몰은 말로 다 담기 어려운 감동을 안깁니다. 일상에 지친 MZ세대라면, 이곳에서 느긋한 여유와 몰입의 시간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image ⓒ 휴먼그라운드
|
|
|
멀리 가지 않아도, 낯설고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권 대신, 가벼운 가방 하나면 충분합니다. 익숙한 하늘 아래 펼쳐지는 이국의 장면들, 그 안에서 우리는 잠시 ‘일상 밖의 나’를 만나게 됩니다.
남해의 붉은 지붕 아래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고요한 성지에서 오래된 시간을 듣고,
보리밭 위에 피어난 바람을 걷고,
온수풀에 몸을 담그며 천천히 하루를 끝내는 여행.
멀리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낯설고, 충분히 근사한 우리의 5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트리퍼 드림.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