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건 사람만이 아니잖아요’
언제부턴가 익숙하게 찾던 제로웨이스트 공간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어요. 이들이 사라지는 건 단지 하나의 ‘공간’을 잃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지구를 생각하는 방식’이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는 신호 같았어요.
그래서 오늘은요, 아직 이 도시에 남아 있는 ‘환경을 지키는 감각’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줄이고, 나누고, 다시 쓰는 삶의 방식이 공간이 되어 있는 이곳들. 언더프레셔, 알맹상점, 꽃밥에피다, 지구를위한노래. 단단한 이 네 곳에서, 우리는 조금 더 ‘지구적인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럼 트립레터 시작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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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이 거침없는 외침이 현실이 되는 곳. 서울 망원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알맹상점은 우리가 익숙하게 지나치던 소비 방식을 정면에서 다시 묻습니다. 스스로를 ‘알맹러’라고 부르는 이곳의 손님들은, 플라스틱 포장이 사라진 공간에서 직접 용기를 들고 와 세제, 샴푸, 화장품을 덜어갑니다. 소비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배우고 실천하는 거점이 되는 셈이죠.
이 상점에서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은 ‘브리타 어택’, ‘화장품 어택’과 같은 캠페인을 통해 실제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냈고, 상점 내에 위치한 ‘커뮤니티 자원회수센터’에서는 지난 2년간 8,000킬로그램이 넘는 자원을 재활용해냈습니다. 세 사람, 고금숙·이은주·양래교. 망원시장에서 ‘비닐봉투 줄이기’ 활동을 함께했던 그들이 모여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을 열었다는 점에서, 알맹상점은 단순한 가게가 아닌 행동하는 철학의 집결지입니다.
image ⓒ 알맹상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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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오피스타운 한가운데, 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처럼 숨어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언더프레셔’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커피의 ‘기본’을 다시 묻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말하는 ‘기본’이란 원두 본연의 달콤함. 무작정 강한 로스팅으로 맛을 덮기보다, 생두 하나하나의 성격을 존중하며 로스팅 온도와 추출 시간을 섬세하게 조율합니다.
그래서 언더프레셔의 에스프레소는 뜨겁지 않을 수 있어요. 커피의 쓴맛보다, 조화롭게 어우러진 단맛과 산미의 균형을 즐기게 되죠. 매장에서는 직접 로스팅한 원두부터 콜드브루 원액, 드립백, 캡슐 커피까지, 스페셜티 커피의 다양한 형태를 경험할 수 있어 일상의 어느 순간에도 언더프레셔의 철학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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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골목길을 걷다 보면, 낮은 담장 너머 작은 텃밭과 허브들이 조용히 자라고 있는 한옥 레스토랑을 만나게 됩니다. 이름부터 정다운 꽃밥에피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삶을 담아내는 식탁입니다. 레스토랑 앞마당의 화단은 작은 정원처럼 꾸며져 있어, 매일 자라나는 채소와 꽃, 허브들이 이곳의 음식에 들어갈 준비를 합니다.
농업 법인이 직접 운영하는 꽃밥에피다는 무농약∙유기농 농장에서 식재료를 납품받고, 조미료 대신 천연 발효장을 사용해 몸에 부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밥상을 완성합니다. 송정은 대표는 말합니다. “음식은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것이기에, 먹는 순간만큼은 가장 정직하고 순수해야 한다고 믿어요.” 그래서 이곳의 식사는 늘 화학조미료 없이, 손수 담근 장과 유기농 쌀, 친환경 채소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정성은 그릇 위에 올려진 색감과 담음새, 그리고 식당 구석구석에까지 스며 있습니다.
image ⓒ 꽃밥에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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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동의 조용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공간이 있습니다. 나무 간판과 세컨핸즈 가구, 아늑한 조명, 그리고 담백한 향기. 지구를 위한 노래는 이름처럼, 삶과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이 모여 하나의 노래가 되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닙니다. 비건 베이글과 말라사다, 토종콩으로 만든 라떼가 정성스레 준비된 식탁이자, 환경을 생각한 삶의 방식이 일상이 되는 공간이기도 하죠. 우유도, 버터도, 달걀도 사용하지 않고 100% 우리밀만으로 구워낸 베이글 한 입엔, 새벽마다 문을 여는 주방장 ‘봐서’의 손끝 정성과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image ⓒ 지구를위한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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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는 조금 어렵고 무거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오늘 소개한 공간들을 통해, ‘환경을 위한 일’이 꼭 거창하거나 불편한 게 아니라는 걸 느끼셨다면 좋겠어요.
손에 닿는 만큼만 덜어 쓰고, 마음에 닿는 만큼만 남기는 삶. 그렇게 매일이 조금 더 가볍고 투명해지는 일이 이 도시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억해봐요. 봄이 다시 찾아온 이 계절, 지구와 나를 위한 작은 선택을 해보세요.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또 다른 주제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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