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순간은
언제나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어떤 곳은 시선을 멈추게 하고,
어떤 곳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죠.
그리고 어떤 곳은
그저 조용히 곁에 머물며
우리의 생각에 작은 불씨를 남깁니다.
이번 주 트립레터에서는
창작자가 스스로의 방식으로 완성한
네 개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사람의 취향과 태도가
공간의 온도와 결로 이어지는 곳들입니다.
당신의 하루에
작은 영감 하나가 더해지기를 바라며,
지금—창작자들의 공간으로 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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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단엔 트리퍼가 소개하는 축제 및 팝업스토어 정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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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는 쉽게 들리지 않던 바람의 낮은 떨림, 나뭇잎이 서로 스치며 만들어내는 작은 울림, 그리고 숲 어디선가 전해지는 딱따구리의 규칙적인 리듬까지. 이 모든 것이 에가톳이라는 공간에 발을 들인 순간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오두막을 뒤집은 이름’이라는 브랜드 스토리가 비로소 실감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품어두는 작은 숲속 캐빈에 온 듯한 느낌, 그리고 필요 이상 빠르게 흘러가던 제 일상이 잠시 속도를 늦추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조병수 교수와 함께 한라산 해발 지대의 자연 위에 세워졌다는 설명처럼, 이곳은 건물이 조용히 숲 안으로 스며든 공간입니다.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에 맞춰 ‘자리 잡아간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image ⓒ 에가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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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 한남을 찾아 처음 계단을 오르던 순간, 도시의 오래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복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한남과 용산의 언덕 사이, 폐업한 목욕탕 건물 위 4층. 건축가가 두 해 동안 찾아 헤매던 ‘가능성이 있는 자리’가 바로 이곳이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낡은 동네, 기와가 남은 오래된 건물, 그리고 건물과 나란히 흐르는 한강. 조건만 놓고 보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건축가는 그 한적함과 빈틈 속에서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사무실과 건축서재, 누구든 쉬어갈 수 있는 카페가 공존하는 지금의 마하 한남입니다. 계단을 오를수록 한층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마지막 층에서 문이 열리는 순간 조용히 펼쳐지는 한강의 창이 이곳의 첫인상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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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에 들어서는 순간, 서울 안에서 여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남산 자락의 오래된 공간에 머물던 시간의 흔적과 자연의 결이 동시에 살아 있어, 도심 한가운데 있음에도 마치 여행지의 첫 장면을 맞이하는 듯한 감각이 스며듭니다. 이곳이 ‘일상 속 여행을 아는 사람들의 휴식처’라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에서 잠시 눈을 들어 바라보면 놓치기 쉬운 풍경들이 피크닉에서는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오래된 건축의 질감, 숲에서 넘어오는 바람 소리, 낯설지만 편안한 채광까지. 공간이 질문을 던지고, 사람은 답을 찾듯 천천히 머물게 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피크닉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전시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잠시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여행을 경험하러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image ⓒ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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