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참,
모든 감각이 풍성해지는 계절입니다.
햇살은 깊어지고,
바람은 부드러워지고,
마음은 조금 더 사유를 찾게 되죠.
우린 그런 계절에
‘머무름’과 ‘움직임’ 사이를 오가며,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갑니다.
이번 주 트립레터에서는
생각이 자라는 정원,
예술이 깃든 복합문화공간,
러너의 땀과 휴식이 공존하는 카페,
그리고 캠핑처럼 머무는 감성 스테이를 담았어요.
가을의 빛과 공기, 그리고 사람의 온도가 어우러진 네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
|
|
* 하단엔 트리퍼가 소개하는 축제 및 팝업스토어 정보가 있습니다.
|
|
|
첫인상은 묵직하고, 한 걸음 안쪽은 의외로 가볍다. 메탈의 결을 따라 빛과 그림자가 흘러들고, 오래된 트러스와 크레인의 기억은 그 자체로 전시가 된다. 와이어를 뽑던 공장은 ‘문화공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2010년대 중반,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다시 열린 문은 지금의 F1963을 만들었다.
공장의 골조를 최대한 남긴 재생건축, 버리기보다 덧대어 쌓아 올린 감수성. 바닥의 흠집과 천장의 높이가 말해주는 시간의 결 위에, 전시와 공연이 스며든다. 이곳이 사랑받는 이유는 ‘과거를 지우지 않은 지금’에 있다. 공장이 문화가 된 풍경, 부산에서 가장 공장다운 예술 공간.
image ⓒ F1963 |
|
|
익산의 바람은 유난히 느리게 분다. 그 바람 따라 걷다 보면, 햇살이 나뭇결 위로 스며드는 고요한 정원이 나타난다. 아가페정원은 1970년 故 서정수 신부가 설립한 노인복지시설 ‘아가페정양원’에서 비롯된 공간이다. 어르신들의 삶에 자연을 더하기 위해 심었던 작은 나무들이 수십 년의 세월을 견디며 지금의 숲이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정원은 이제 시민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전북특별자치도 제4호 민간정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정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메타세쿼이아다. 나무들이 일렬로 서 있는 풍경은 단정하면서도 장엄하고, 그 사이로 흘러드는 빛은 마치 시간을 천천히 감아올리는 듯하다.
|
|
|
돌담과 억새, 바람과 햇살이 교차하는 제주 중산간 마을에 하얀 지붕의 집들이 나란히 서 있다. 이름은 어라운드폴리(Around Follie).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중심으로 돌아가자’는 뜻을 품은 공간이다. 처음 마주한 풍경은 단정하고, 공기는 투명하다. 잔디밭 위로 길게 드리운 석양이 롯지의 하얀 외벽을 물들이면, 아이들은 그 사이를 뛰놀고 어른은 고요한 바람에 귀를 기울인다.
이곳은 그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제주의 시간’을 천천히 흡수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숙소다. 13개의 객실은 모두 자연의 방향에 따라 놓였고, 창마다 초록빛 들판과 오름, 하늘의 결이 한 폭의 그림처럼 스민다. 그렇게 어라운드폴리는 여행보다 ‘머무름’을 먼저 생각하게 만든다.
image ⓒ 어라운드폴리
|
|
|
|